- 기대가 커졌기 때문에 아쉬움도 크다.

전반적인 팀컬러 탓도 있겠지만, 우루과이는 깨나 조심스럽게 나왔다. 하지만 이른 실점에 의해서 우루과이는 조심스러움을 벗어던졌다.
초반은 조별리그 3차전 나이지리아전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느낌을 받았다. 실수에 의한 빠른 시점의 선제골 실점과 그 뒤에 콤보처럼 이어지는 우리의 빌드업(특히 이영표에서 시작되는)을 뭉개버리는 높은 위치에서의 압박. 하지만 왠일인지 우루과이는 압박 라인을 다시 내려버렸고, 우리는 좀 자유롭게 공격해 갈 수 있었다.

계속 몰아부쳤지만, 찬스에서 2선에서의 공격 침투가 아쉬웠다. 박지성이 중앙에서 얼마나 위치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공을 잡았을 때는 항상 측면에 위치해 있었고, 세컨드 스트라이커의 롤까지 소화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소위 박지성 시프트라고 불리는 박지성의 중앙 공미 기용은 박지성 특유의 아슬아슬한 돌파력이 중앙에서도 통할 수 있는 아시아 예선에서의 양학 용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었다.(가장 단적인 예가 일본전 선제골) 이번 경기에서는 대상은 달랐지만 사실상 박지성에게 스위칭을 빼면 프리롤에 가까운 자유도를 준 점은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두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고 압박의 선을 높일 수 있었고, 그 선봉장은 박지성이었으니까.

아쉬운 점이라면 높은 선에서의 압박이 역효과를 내서 2선이 위치하는 중원에서의 공간이 상대적으로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기동력으로 메꾸기에는 조금 부족해보였다.

- 심판까지마.

소제목이 조금 자극적인가 싶다.
심판이 불리하게 작용했던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어? 싶은 상황에서 한국의 파울을 선언하고, 옐로카드를 꺼내드는 장면은 편파란 비난이 나오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우리나라 국민들의 역치가 한껏 낮아졌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내가 EPL을 즐겨 보기에 이런 의견이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이정도 심판의 편파판정은 허용 범위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다른 리그에 속해 있는 빅클럽끼리 맞부딪치는 챔피언스리그 상위 라운드에서 보면 이런 논란은 매해 여러 가지 형태를 가지고 재연된다. 진정한 강팀(운이 좋은 팀으로 바꾸어도 좋다. 명백한 오심이 아닌 이상 운이 좋아 이겨도 그건 강팀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운장'을 가지지 않았는가. 허정무라고.)은 이런 상황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라 쓰기 부담스럽지만 심판이 진정 공정했다면 우리는 실점한지 얼마 안 되어서 기성용의 핸들링 파울로 PK를 먹고, 높은 확률로 2:0으로 끌려가며 시작해야 했을 것이다.
우리가 상위 라운드에 올라가본 경험이 홈 어드밴티지가 있는(혹은 있었다고 믿는) 2002년밖에 없어서 직접 비교는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원정 16강에서 '원정'에 초점을 맞추고 생각해본다면 더욱 그러하지 않은가. 2014년, 혹은 그 뒤의 감독들은 이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족이지만, 히딩크였다면 퇴장은 안당할 정도로 어필하지 않았을까 싶다.

- 선수별 감상
- 영표횽님 ㅠㅠ 지난 조별리그에서 90분간의 솔리드함을 보여주었던 그가, 단 한순간의 실수[실수라고 보기 조금 애매하지만]를 저지르고, 나머지 시간을 훨씬 오버페이스했다. 보는 내가 쥐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하아, 우리나라에서 언제 다시 이런 지능형 풀백을 보게 될까... 아쉽다.
- 차두리. 기습적인 중거리슛도, 특유의 피지컬로 눌러버리는 것도 좋았다. 근데, 패스할 때 힘좀 조절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 박주영. 고생했다. 주종목이 발인 선수였는데 국대에서나 클럽에서나 뻥축구 담당이 되어버린듯;;;
- 이동국. 네티즌들의 마녀사냥에 당하지 않을까 불안하다. 트위터에서 본 한마디. '이동국이니까 그런 찬스 만들었다' 완결짓지 못한 건, 그의 슬픔일 뿐만 아니라 모두의 슬픔이었다.

- 그 외 잡설
- 2002년 세대의 퇴진이라는 관점에서 경기 후를 생각해 보면[여기서 후치의 대사를 패러디해보자면]
불민한 후손들인 우리는 히딩크의 유산을 드디어 다 탕진했다. 다시 말하자면, 히딩크가 가져다준 마법의 8년은 이제 끝났다.
다음 월드컵의 주축이 될 박주영/김정우로 대표되는 세대와 쌍용/김보경/구자철 등이 돋보이는 그 다음 세대는 참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셈이다. 이들의 재능과 윗 세대에 대한 건전한[?] 건방짐이 부디 상승효과를 일으켜 2002년 세대를 뛰어넘어주길 바란다.
- 개인적인 희망이지만, 소위 황금세대가 퇴진한 이후 성공적으로 세대교체를 이룬 포르투갈의 예를 따라가면 어떨까 싶다. 물론 호날두라는 희대의 사기캐릭이 있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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